리오셀(Lyocell)

목재 펄프 직물

최근 들어 패션계에는 목재 펄프 기반의 직물이 등장했습니다. 목재 펄프 직물은 유칼립투스, 대나무, 너도밤나무 등의 나무에서 추출한 셀룰로스로 제작된 원단입니다. 이 원단은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과 다양한 기능성을 갖고 있어 의류 제작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목재 펄프 직물,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종류인 리오셀(Lyocell)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리오셀이란?

리오셀은 목재 펄프로 만든 섬유로 목재라는 천연자원에서 추출되지만, 인공적으로 가공한 섬유이기 때문에 반은 합성 섬유이고 반은 천연 섬유입니다. 리오셀은 1970년대 개발되어 1990년대부터 상업적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텐셀'이라는 이름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 텐셀이 바로 리오셀의 일종입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텐셀은 오스트리아의 섬유회사인 Lenzing AG가 생산하는 리오셀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인 반창고를 '대일밴드'라고 부르는 것처럼, 이 회사가 만드는 리오셀 섬유가 인지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리오셀 섬유 자체를 텐셀이라고 아시는 분도 많습니다.

 

리오셀 생산 과정

리오셀의 생산 공정은 타 섬유에 비해서 굉장히 독특합니다. 바로 Closed-loop process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즉, 생산 중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화학 물질과 용매를 계속해서 재활용합니다. 이러한 생산 과정은 섬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엄청난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생산 프로세스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1. 목재 펄프 수확 : 리오셀을 생산하기 위해서 우선 목재를 수확해야 합니다. 주로 유칼립투스, 너도밤나무, 대나무에서 얻은 목재가 쓰이는데, 이 나무들은 빠르게 자라며 물도 많이 필요하지 않고 살충제도 거의 필요하지 않습니다.

 

2. 목재 펄프 분쇄 : 섬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확한 목재 펄프를 잘게 부숴야 합니다. 이렇게 부순 펄프를 'NMMO'라는 용매에 녹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목재 펄프는 묽은 슬러지 형태로 용해되고, 셀룰로스는 분리되어 용액의 형태로 추출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재생 셀룰로스인 레이온 섬유를 추출하는 방식과도 비슷합니다. 다만 레이온 섬유 추출에는 이황화탄소 등 독성이 강한 용매가 사용되지만 NMMO는 무독성 유기 용매이기 때문에 작업자와 환경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3. 섬유 형성, 세척 및 건조 : 이렇게 준비된 셀룰로스 용액을 실로 방적할 섬유로 만들어야 합니다. 우선, 얻은 셀룰로스 용액을 필터링하여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이다음에 셀룰로스 용액을 작은 구멍을 통해서 통과시키면 셀룰로스가 통과하면서 긴 섬유 가닥을 생성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압출'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압출된 셀룰로스 섬유를 응고시키면 어느 정도 실의 형태가 됩니다. 셀룰로스 섬유에는 아직 유기 용매인 NMMO와 같은 화학물질이 남아있을 수 있으므로, 세척을 통해서 이를 제거합니다. 이후 섬유를 건조해 수분을 제거합니다.

 

4. 실로 방적, 직물로 만들기, 염색 및 마무리 : 거의 다 끝났습니다. 이제 섬유를 '카딩'이라는 공정을 통해 정렬하고 빗질하여 평행한 가닥으로 만듭니다. 이렇게 하면 섬유가 엉키지 않고 매끄럽게 되어 방적할 수 있게 됩니다. 섬유 여러 가닥을 함께 꼬아서 강한 실을 형성하는 방적 기계로 섬유를 방적합니다. 섬유는 방적 과정을 거치며 실이 되고, 이러한 실을 직조 또는 편직 과정을 거쳐 직물로 만들며, 직물에 염색이나 추가 가공을 진행하면 이제 사용할 수 있는 원단이 됩니다.

 

이러한 리오셀 생산 과정에서 사용된 용매(NMMO)의 99%는 회수하여 재사용하게 됩니다.

 

리오셀의 장점

이렇게 만들어진 리오셀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1. 부드럽고 실키한 질감을 갖고 있습니다. 셀룰로스 섬유는 미세하고 매끄러운 구조를 갖고 있어 부드럽습니다. 따라서 리오셀 섬유는 주로 이너웨어, 잠옷, 라운지웨어 등 몸 위에 바로 착용하는 의류들에 주로 사용됩니다.

 

2. 통기성과 흡습성이 우수합니다. 목재로부터 얻은 섬유이기 때문에 공기가 섬유를 통과할 수 있어서 통기성이 좋습니다. 또한 흡습성도 좋기 때문에 활동복, 스포츠 의류, 여름옷 제작에 특히 유용한 소재입니다.

 

3. 주름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습니다. 이는 타 천연 섬유와 비교했을 때 리오셀의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면이나 리넨 같은 천연 직물은 보통 쉽게 구겨져서 다림질이 자주 필요한데, 리오셀은 주름이 잘 지지 않기 때문에 관리하기 편합니다. 또한 비교적 내구성이 약한 다른 천연 섬유에 비해서 내구성 또한 강해서 여러 번 세탁한 후에도 변형이 쉽게 오지 않아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의류 제작에 유용합니다.

 

4. 저자극성 소재입니다. 피부가 민감한 사람이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리오셀이 탁월한 선택인 이유입니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소재를 활용했기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며, 표면 또한 매끄럽기 때문에 피부에 닿았을 때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리오셀은 면이나 울, 기타 합성 섬유와 혼방하기 쉽고, 이렇게 혼방하여 사용했을 때 다른 섬유들의 단점을 거의 다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습니다.

 

리오셀의 활용처

앞서 설명한 장점들로 인해 리오셀은 편안함과 기능성이 중요한 의류를 제작하는 데 가장 선호되는 섬유입니다. 특히 액티브웨어나 스포츠 의류를 제작하는 데 많이 사용됩니다. 땀을 흡수하고 공기를 순환시키는 리오셀 원단은 격렬한 운동 중에도 착용자를 쾌적하고 시원한 상태로 유지해 주며, 이러한 기능이 면이나 폴리에스터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또한 특유의 내구성과 부드러움으로 캐주얼 의류나 라운지웨어, 언더웨어 제작에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통기성과 흡습성, 그리고 부드러운 감촉이 중요한 침구, 수건 등의 제작에도 자주 활용됩니다.

 

이렇게만 보면 실용적인 부문에서만 많이 활용되는 것 같지만, 리오셀은 의외로 럭셔리 패션계에서도 인기가 좋습니다. 럭셔리 패션의 특징은 우아함인데, 리오셀의 실키한 느낌과 자연스러운 드레이프가 우아한 느낌을 연출하는 데 제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급 의류 디자이너들은 블라우스, 드레스 등의 의류를 제작할 때 리오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무리

이번 포스팅에서는 흔히 '텐셀'로 익숙한 소재인 리오셀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다른 의류 소재에 대한 포스팅을 작성할 때는 장점 70%, 단점 30%의 비중으로 글을 쓰며 단점도 많이 소개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리오셀은 워낙 장점이 많은 소재이기도 하고 생산 과정도 특이하면서 친환경적이어서, 분량의 대부분을 이 내용에 할애해 봤습니다. 이번 포스팅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