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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소재

파인애플 가죽(Pinatex)

by 의류 수집가 2024. 10. 1.

피나텍스란?

Pineapple

앞서 의류 소재를 알아보는 포스팅에서 면과 울, 가죽이라는 굉장히 흔한 소재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이번에는 여러분이 익숙하지 않을 소재인 피나텍스에 대해 작성해 보려고 합니다. 피나텍스는 전통적인 동물성 소재인 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파인애플잎 섬유로 만들어진 친환경 소재입니다. 동물 가죽을 대체하기 위해 많은 합성 섬유가 개발되었지만 이들 또한 고유의 단점을 갖고 있어 환경 파괴를 막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피나텍스는 동물 학대가 전혀 수반되지 않으며, 폐기물을 활용하여 자원을 절약할 수 있고, 내구성이 강한 의류를 제작할 수 있는 가죽 대체 섬유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피나텍스의 역사와 생산 과정, 환경적 영향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파나텍스의 역사

피나텍스는 스페인의 기업가이자 디자이너인 카르멘 히호사(Carmen Hijosa)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그녀는 가죽 산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1990년대 필리핀을 여행하던 중 열악한 가죽 생산 환경을 보고 충격에 빠집니다. 그곳에선 가죽을 얻기 위한 동물 학대가 만연했으며, 폐기물 또한 제대로 처리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환경을 목격한 히호사는 가죽을 대체할 수 있으면서도 윤리적인 제조 과정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 소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해결책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습니다. 바로 필리핀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파인애플잎이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파인애플을 수확할 때 잎은 따로 활용하지 않고 대부분 폐기물로 버려집니다. 하지만 히호사는 파인애플잎은 내구성이 강한 섬유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추출하여 활용하면 가죽과 비슷한 소재로 가공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히호사는 파인애플잎을 활용한 의류 소재인 피나텍스를 개발하였고, 현재 그녀가 설립한 Ananas Anam이라는 회사에서 제조되고 있습니다.

 

피나텍스의 생산과정

파인애플잎 / 출처: Ananas Anam 홈페이지

피나텍스는 파인애플잎으로부터 만들어지므로, 우선 필리핀의 파인애플 농장에서 파인애플잎을 수집해야 합니다. 이 잎은 과일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섬유를 재배하기 위한 땅, 물, 살충제 등이 필요하지 않아서 효율적입니다. 피나텍스가 만들어지는 구체적인 단계별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섬유 추출 : 파인애플잎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섬유를 추출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파인애플잎을 탈피시켜 섬유를 추출합니다. 이렇게 추출한 섬유를 햇빛에 말리면 피나텍스의 원료가 됩니다.
  2. 섬유 펠팅 : 햇빛에 건조한 피나텍스 원료는 펠팅 과정을 거쳐 메시 형태의 섬유 직물 구조를 갖게 됩니다. 이 메시는 피나텍스의 기본 재료가 됩니다.
  3. 섬유 코팅 : 이 메시 섬유는 코팅 공장으로 보내져서 코팅 과정을 거칩니다. 주로 자연에서 생분해되는 폴리우레탄 수지로 섬유를 코팅하며, 이 코팅 과정을 거치며 섬유의 내구성과 강도가 강해지고 방수 기능 또한 갖게 됩니다. 이 과정까지 거치면 동물성 가죽과 제법 비슷한 외관과 촉감을 가지게 됩니다.
  4. 염색 : 본격적으로 의류 소재로 사용하기 위해 피나텍스를 친환경 염료로 염색합니다.

이러한 피나텍스 생산 과정에서 유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하거나 물 낭비가 발생하지 않으며, 소재 또한 농업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제조 과정이 전통 가죽에 비해 매우 친환경적입니다. 필리핀의 파인애플 농부들도 농업 폐기물을 활용하여 부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피나텍스의 장단점

Pinatex leather textures

피나텍스 가죽의 질감 / 출처: Ananas Anam 홈페이지
Leather textures

천연 가죽의 질감

피나텍스는 전통적인 가죽과 비교하여 많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무엇보다도 생산 과정이 친환경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천연 가죽을 얻기 위해선 축산업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과 사료, 토지가 필요하며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또한 천연 가죽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무두질(태닝)이 필수적입니다. 최근에는 식물성 태닝을 하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무두질 과정에는 크롬과 같은 독성 화학물질이 사용되어 환경과 노동자의 건강에 해롭습니다. 반면 피나텍스는 파인애플잎 폐기물을 활용하며 가공 과정에서 추가적인 자원이나 유독 물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동물 복지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피나텍스는 천연 가죽 제품과 달리 완전히 비건 제품입니다. 따라서 동물의 사육과 도축에 반대하는 소비자에게 훌륭한 대안 선택지가 됩니다.

 

세 번째로, 나름의 기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피나텍스는 천연 가죽과 비슷한 수준의 내구성과 강도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가죽보다 가볍고 통기성이 좋으며 방수 기능을 갖고 있어서 실용적입니다.

 

네 번째로, 자연에서 쉽게 분해됩니다. 위의 장점들은 천연 가죽을 대체하기 위한 소재인 PVC 합성 가죽도 갖고 있는 특성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합성 가죽은 자연에서 생분해되지 않고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발생시키는 반면, 피나텍스는 자연에 아무 해도 끼치지 않고 생분해됩니다.

 

물론 피나텍스라고 완전히 천연 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단점 없는 소재는 아닙니다. 피나텍스는 천연 가죽보다 부드럽지 않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천연 가죽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피나텍스를 사용하는 브랜드들

실제로 몇몇 브랜드는 피나텍스를 활용하여 의류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Hugo Boss는 2018년 피나텍스를 활용하여 만든 비건 스니커즈를 제작하여 하이엔드 패션에서도 지속 가능한 소재를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세계 최대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 중 하나인 H&M은 지속 가능한 소재를 활용한 라인업인 'Conscious Collection' 라인업에 피나텍스를 활용하여 제작한 의류를 추가했습니다. 패션 산업, 섬유 산업에서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가장 많은 질타를 받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이러한 시도를 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Naeco는 피나텍스 가죽을 자사의 가방과 액세서리 라인에 활용하여, 고급 액세서리 시장에서도 충분히 친환경 소재 가죽을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마무리

현재 피나텍스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한 소재 중 가장 혁신적인 소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기존에도 가죽을 대체하기 위한 합성 섬유인 PVC가 활용되었지만, 피나텍스는 자연에서 생분해되지 않는다는 합성 섬유의 단점까지 보완했기 때문입니다. 섬유 자체의 친환경성뿐만 아니라 농업 폐기물을 활용하여 폐기물을 줄이고, 농부들에게도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점은 큰 장점입니다.

피나텍스 섬유는 패션 산업과 섬유 산업이 지속 가능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과 같은 소재로, 앞으로도 더 많은 브랜드가 피나텍스와 같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번 포스팅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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